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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디페깅, 신뢰의 붕괴와 지니어스법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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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테이블어닝
작성일 2025.09.2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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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인의 가치는 항상 1달러입니다.'

이 단순하고도 강력한 약속은 암호화폐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 '안전 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등대와 같았습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2022년 5월, 암호화폐 역사상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된 테라-루나(Terra-LUNA) 사태는 이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었습니다. 수십조 원의 가치가 단 며칠 만에 증발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이라는 신화는 처참히 깨졌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하나의 프로젝트 실패를 넘어, 스테이블코인의 근본적인 취약성과 규제 공백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그 결과, 각국 정부는 서둘러 규제의 칼을 빼 들었고, 그 중심에는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테라-루나 사태라는 비극적 사례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디페깅(De-pegging)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고, 지니어스법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규제 노력이 어떻게 신뢰를 재건하려 하는지, 그리고 투자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심도 있게 조망해보고자 합니다.


 

제국의 붕괴: 알고리즘이 빚어낸 비극, 테라-루나 사태

 

테라-루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와 같은 실물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것과 달리, 테라의 스테이블코인 UST(TerraUSD)는 어떠한 실물 담보도 없이 오직 알고리즘에 의해서만 달러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 핵심에는 자매 코인인 **루나(LUNA)**가 있었습니다. 시스템은 간단했습니다.

  • UST 가치가 1달러 미만일 때: 투자자는 1달러보다 저렴한 UST를 사서 시스템에 소각하고, 그 대가로 1달러 가치의 루나(LUNA)를 새로 발행받습니다. 이 차익 거래(Arbitrage)를 통해 UST의 공급량이 줄어들어 가치가 다시 1달러로 회복됩니다.

  • UST 가치가 1달러 초과일 때: 투자자는 1달러 가치의 루나를 시스템에 소각하고 1 UST를 발행받아 시장에 팖으로써 차익을 얻습니다. UST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가치는 다시 1달러로 내려갑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시장의 '신뢰'라는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이었습니다. 2022년 5월, 몇몇 거대 투자자(고래)들이 수억 달러에 달하는 UST를 시장에 대량 매도하기 시작했습니다. UST의 가격은 1달러 아래로 미끄러졌고, 시장에는 공포가 번졌습니다.

알고리즘은 설계대로 작동했습니다. 투자자들은 가격이 하락한 UST를 루나로 바꾸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나 패닉에 빠진 시장의 매도세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UST를 소각하고 루나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루나의 공급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루나 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루나의 가치가 떨어지자 UST의 가치를 방어할 힘은 더욱 약해졌고, 이는 다시 UST의 투매를 부추기는 악순환, 이른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를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담보 없는 신뢰에 기반했던 테라 제국은 붕괴했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 사건은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은 정교한 알고리즘이 아닌, 위기 상황에서도 가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실질적이고 투명한 담보에 있다는 값비싼 교훈을 남겼습니다.


 

"안전장치를 만들어라": 규제의 서막, 지니어스법(GENIUS Act)

 

스테이블코인과 지니어스법 이미지.png

 

테라-루나 사태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니라, 통제 불능 상태가 될 경우 전체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미국 의회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한 법안, **'지니어스법(Guidance for Examination of Non-bank Institutions Uniformly and Soundly Act)'**을 추진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이 법안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은행에 준하는 강력한 의무를 부과하여 제2의 테라 사태를 막고, 소비자(투자자)를 보호하며, 금융 시장의 안정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지니어스법의 핵심 조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1:1 준비금 의무화: 법안은 '결제 스테이블코인(Payment Stablecoin)' 발행자에게 발행량과 동일한 가치(100%)의 **고품질 유동자산(High-Quality Liquid Assets)**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도록 강제합니다. 이는 현금, 미국 단기 국채 등 위기 시에도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안전자산으로 한정됩니다. 알고리즘이나 다른 변동성 큰 암호화폐를 담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 발행 주체 자격 제한: 아무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없게 됩니다. 연방준비제도(Fed)나 통화감독청(OCC)과 같은 연방 금융 당국, 또는 주(州) 은행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은 **'허가된 결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Permitted Payment Stablecoin Issuer)'**만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발행사의 재정 건전성과 운영 능력을 사전에 검증하겠다는 의미입니다.

  • 투명성 강화 및 감독: 발행사는 보유한 준비금 자산의 구성 내역과 가치를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공인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연준을 포함한 규제 당국은 발행사에 대한 감독 및 검사 권한을 갖게 되어 상시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 소비자 보호 장치: 만약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적으로 준비금 자산을 변제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정부에 의해 발행되거나 보증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마케팅 활동을 금지합니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무법지대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규제와 감독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관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산업 전체의 건전한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됩니다.


 

담보가 있어도 흔들린다: 또 다른 디페깅 사례들

 

테라-루나 사태가 알고리즘의 실패였다면, 실물 자산을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과연 안전할까요? 안타깝게도 완벽한 안전지대는 없었습니다. 2023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 은행의 연쇄 파산 사태는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역시 디페깅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이었던 서클(Circle)사의 USDC는 준비금 중 33억 달러를 SVB에 예치하고 있었습니다. SVB의 파산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USDC가 준비금을 온전히 상환받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였고, 이는 대규모 매도로 이어져 USDC의 가치가 한때 0.87달러까지 폭락하는 디페깅을 겪었습니다.

암호화폐를 초과 담보로 잡는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 다이(DAI) 역시 USDC를 담보 자산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었기에 연쇄적으로 디페깅 현상을 겪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미국 정부의 신속한 예금자 전액 보호 조치로 USDC는 빠르게 페깅을 회복했지만, 이 사건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바로 준비금 자산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고 관리하는가가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입니다. 아무리 안전한 국채나 현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 자산을 보관하는 금융기관의 부실은 곧바로 스테이블코인의 신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단순히 준비금을 쌓아두는 것을 넘어, 리스크를 분산하고 관리하는 정교한 재무 관리 능력이 필수적임을 의미합니다.


 

신뢰 재건을 위한 노력, 그리고 미래 전망

 

잇따른 디페깅 사태는 역설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발행사들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투명성 극대화: 단순히 '준비금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 실시간으로 준비금 내역을 온체인 데이터로 증명하는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s)'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회계법인을 통한 정기적인 감사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2. 담보 자산의 질적 강화: 준비금 포트폴리오에서 위험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미국 단기 국채와 같은 최고 등급의 안전 자산 비중을 높이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이는 지니어스법과 같은 규제안의 방향과도 일치합니다.

  3. 규제 준수를 통한 제도권 편입: 과거에는 규제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규제 당국과 소통하고 라이선스를 취득하며 제도권 금융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이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더 큰 자본과 사용자를 유치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입니다.

이러한 노력과 규제의 명확성이 더해지면서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빠르고 저렴한 결제 및 송금 수단으로서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며, 모든 자산이 토큰화되는 토큰 증권(STO) 시대의 핵심적인 기축 통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에서도 안정적인 가치 저장 및 교환 수단으로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투자자를 위한 제언: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안정'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스테이블코인에 투자하거나 이용할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 담보 구조를 반드시 확인하라: 투자하려는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자산을 담보로 하는지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법정화폐 담보형인지, 암호화폐 담보형인지, 혹은 여전히 위험성이 높은 알고리즘형인지 구분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 준비금의 투명성을 검증하라: 발행사가 준비금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감사를 정기적으로 받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깜깜이' 준비금은 잠재적인 위험 신호입니다.

  • 발행사의 신뢰도와 규제 준수 여부를 살펴라: 발행사가 어떤 국가의 규제를 받는지, 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규제를 준수하는 발행사일수록 안정성이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 '디페깅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라: USDC 사례에서 보았듯이, 100% 안전한 스테이블코인은 없습니다. 외부 금융 시장의 충격 등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일시적인 디페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합니다.

테라-루나의 붕괴는 암호화폐 시장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신뢰의 위기를 딛고 규제라는 안전장치를 장착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막연한 믿음 대신 철저한 분석과 건전한 의심을 바탕으로 이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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